2023. 11. 4. 20:23 - 정문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3)

어제 아침 일찍 눈을 뜬 나는 마지막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가기 위해 첫 차에 몸을 실었다.

할머니가 말한 창란젓이 계속 떠올랐다.

 

 

금요일 당일 훈련을 받고 고향친구들과 어울려 주말을 보내고 싶은 마음과

할머니께 빨리 창란젓을 사다 드리고 싶은 마음

 

이런 작은 갈등을 품은 채 잠에 빠졌다.

 

사근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훈련이 끝나고 퇴소절차만 남은 짧은 순간

엄마에게서 온 메시지 한 문장은 지루하며 천천히 흘러가던 하루의 순간들을

굉장히 급박하며 조급하게 만들었다.

 

주체할 수 없이 북 받쳐 오르는 감정보다 앞서 눈가에 눈물이 맺혀버렸다.

그럼에도 나를 지탱하는 건 실오라기 같은 희망이었다.

아직 돌아가셨다는 비보는 아니었기에

많이 힘드시겠지만 이겨 내실 수도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안도삼아 할머니에게로 향했다. 

 

할머니에게로 가는 길 그 거리가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질수록

한 옴 한 옴 나의 감정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져 갔다.

 

천근 같은 마음으로 병원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누나가

연명을 위한 인공호흡기 기도삽관과 투석을 위한 쇄골정맥도관삽입술을

진행하기로 사인했다고 말했다.

 

그와 더불어 심장기능이 많이 떨어져서 온 부정맥이 심정지 상태까지 이어진 것이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통해 상태가 호전되어 일반병실로 옮기게 되어도

인공심장을 달아놓은 반대쪽 한 편이 기능을 못하기에 심장수술을 하셔야

사실 수 있는데 그 수술은 건장한 성인들도 성공률이 매우 낮은 수술이라고

설명했다며 말을 전해주었다. 

 

그래도 일단은 누나의 설명에 안도감을 느꼈다. 

뭔 지는 잘 몰랐지만 그래도 일단 살아계신다는 사실과

낮은 가능성이지만 회복가능한 방도가 있다는 사실이

나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머지않아 나를 안심시키던 사실들이

할머니를 끔찍한 고통 속에서 천천히 죽이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무식하고 무지한 그녀의 자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를 고통스럽게 만들어버렸다. 자손들의 이기심은 그녀를 마지막까지

슬프고 힘들고 아프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나라는 사실이 이 글을 적어 내려 가는 이 찰나 찰나의

순간마저 죄스럽고 무겁게 만든다. 내가 좀 더 현명했더라면

내가 좀 더 이성적이었더라면 적어도 할머니의 마지막순간을 덜 아프게

덜 고통스럽게 마무리지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나의 무지에

나의 한심함에 나의 잘못에 나의 할머니의 모든 것이 무너져내려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이 찰나에도 그녀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 천천히 죽어가고 있다.

 

미치도록 미안해 할머니 미치도록 미안해 할머니 미치도록 미안해 할머니

미치도록 미안해... 미치도록 미안해 정말 정말 정말 미안해 

마지막까지 아프게 해서 미안해 정말로 정말로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할머니 미안해..